Ch.02 · Ep.08

학교를 떠나는 날

Part 1 · Ch.02 시리즈 A

학교를 떠나는 날

회사가 학교를 떠나는 날은, 회사가 — 한 가지의 — 어른이 된 날이 아니라, 회사가 — *어른의 책임을 — 다른 어른의 자리에서 — 받아 가야 하는 회사* 가 된 날이다.

2017.12.[XX] / 16:00 / 학교 인근 작은 오피스 — 마지막 날

회사가 — 학교를 떠나는 날이었다.

학교 인근의 — 작은 오피스. 두 호실. 28개의 책상이 — 50개로 — 늘었다. 50개의 책상이, 두 호실로는 — 더 이상 — 들어가지 않는 회사가 됐다.

다음 사옥은 — 판교 직전의 어느 작은 빌딩으로 — 미리 — 계약해 두었다. 김현화가 — 6개월 전에 — 결정한 — 한 가지의 — 어른의 — 결정이었다. 50명을 한 사옥에 — 들이려면 — 학교 인근으로는 — 안 됩니다. 다음 사옥은 — 판교 — 한 정거장 — 직전 — 정도가 — 적당합니다.

이사 차량이 — 회사 앞에 — 두 대 — 와 있었다.

이사 짐을 — 50명이 — 같이 — 쌌다.

쌀 짐이 — 많지 않았다. 회사를 시작한 4년 9개월 동안, 회사가 가진 물건의 양은 — 책상 50개와, 의자 50개와, 모니터 50대와, PC 50대 — 그리고 — 회사 도장 한 개. 그것이 — 50명의 회사의 — 가진 것의 — 거의 전부였다.

그 가진 것 중, 회사 도장 한 개는 — 내가 — 직접 — 작은 가방에 — 따로 — 챙겼다. 그 도장은, 4년 9개월 전 — 동네 철물점에서 새긴 — 같은 구름 두 글자의 — 같은 도장이었다.

이사 트럭에 — 짐을 다 싣고 나서, 나는 — 50명에게 — 짧게 — 한 마디를 — 했다.

"…여러분."

"…네."

"…학교 — 떠납시다."

50명이 — 한 번 — 같이 — 짧게 — 박수를 쳤다.

박수의 — 길이가, 4년 9개월 동안의 — 학교라는 — 한 가지 자리의 — 무게를, 50명이 — 한 자리에서, 한 번에 — 끝맺는 — 한 가지의 — 의식이었다.

박수가 끝나고, 나는 — 잠깐 — 옆 호실 쪽으로 — 한 번 — 더 — 눈을 돌렸다.

학교 인근의 — 작은 오피스의 — 한쪽 벽이 — 비어 있었다.

비어 있는 그 벽에, 4년 9개월 전의 — 산학협력관 201호의 — 빈 책상이, 그 자리에서 — 잠깐 — 나에게 — 다시 — 떠올랐다.

산학협력관의 빈 책상이 — 이 학교 인근 오피스의 — 빈 벽이 됐다.

빈 책상은 — 채워질 자리가 — 있다는 — 의미였다.
빈 벽은 — 떠나야 할 자리가 — 있다는 — 의미였다.

회사가 4년 9개월 동안 — 채워야 할 자리에서 — 떠나야 할 자리로 — 한 번 — 다음 단계로 — 넘어가고 있었다.


2017.12.[XX] / 18:00 / 산학협력관 — 그러나 안 들어갈, 다시

이사 트럭이 — 새 사옥 쪽으로 — 출발한 다음, 나는 — 50명을 먼저 보내고, 학교 인근의 — 빈 오피스에 — 잠깐 — 혼자 — 남았다.

빈 오피스에 — 한참을 — 서 있다가, 나는 — 자취방 쪽이 아니라, 산학협력관 쪽으로 — 한 번 더 — 걸어갔다.

4년 9개월 만에, 두 번째 — 산학협력관 201호 앞에 — 문을 — 들여다보러 — 갔다.

3월의 그 첫 입주 면접의 자리에서, 9월의 6,920만원 정리의 자리에서, 그리고 — 그 두 자리의 사이의 — 4년 9개월 동안의 — 어느 한 시점에, 학교는 — 나에게 — 한 사람의 자리를 — 두 번이나 — 받아 줬다.

한 번은 — 박사 과정의 자리.
한 번은 — 박사 과정을 떠난 사람의 — 회사의 — 첫 사옥의 자리.

두 자리 모두 — 학교가 — 한 사람을 — 한 번씩 — 어른의 자리에서 — 받아 준 — 한 가지의 — 너그러움이었다.

그 너그러움 위에서, 회사가 — 4년 9개월 동안 — 자라났다.

이 4년 9개월의 — 끝에서, 회사가 — 학교를 떠나는 날이 — 그 12월의 그 저녁이었다.

학교를 떠난다는 것은 — 학교의 너그러움 바깥의 — 어느 자리로, 회사가 — 자기 자신의 — 어른의 책임을 — 가져가야 한다는 — 의미였다.

그 책임의 — 첫 한 줄이, 그 12월의 — 산학협력관 201호 — 닫힌 문 앞에서, 나에게 — 새로 — 떠올랐다.


2017.12.[XX] / 22:00 / 새 사옥, 텅 빈 회의실

새 사옥. 판교 한 정거장 직전. 5층 짜리 빌딩의 — 한 층.

한 층 전체가 — 우리 회사의 사옥이었다. 50명의 책상이 — 한 층에 — 다 들어갔다. 회의실이 — 처음으로 — 두 개. 휴게 공간이 — 처음으로 — 따로.

그날 밤, 김현화가 — 새 사옥의 — 회의실 한 곳에 — 의자 하나를 가져와 — 혼자 앉아 있었다.

내가 — 새 사옥에 — 마지막으로 — 늦게 — 들어왔을 때, 김현화의 그 자리가 — 한 번 — 보였다.

"…현화."

"…네."

"…뭐 — 하세요."

"…잠시 — 회의실 — 빈 자리를 — 한 번 — 들여다보고 있어요."

나는 — 그 자리에 — 같이 — 앉았다.

"…빈 자리가 — 어떤 — 의미예요."

"…판교 한 정거장 직전의 사옥은, 우리 회사가 — 1년 안에 — 떠날 사옥입니다. 다음 사옥은 — 판교 본진 안의 어느 빌딩이 됩니다."

"…1년 안에요."

"…네. 50명이 — 100명이 되는 — 1년 입니다. 100명이 한 사옥에 — 들어가려면, 판교 본진 안에 — 들어가야 합니다."

김현화의 — 이 한 마디가, 그날 밤 — 나에게 — 한 가지를 — 다시 — 가르쳐 줬다.

회사가 — 한 사옥에서 — 다음 사옥으로 — 옮겨 가는 일은, 한 번 결정해서 — 한 번 — 끝나는 일이 — 아니었다.

그것은 — 회사가 어른이 되어 가는 — 매 1년 마다 — 한 번씩 — 새로 — 결정해야 하는 — 한 가지의 — 결의 — 끝없는 — 반복이었다.

회사가 어른이 되어 간다는 것은 — 한 가지의 어른의 자리에 — 도달한다는 — 의미가 — 아니었다. 그것은 — 어른이 되어 가는 매 단계마다, 그 다음 단계의 어른의 자리를 — 미리 — 한 번씩 — 자기가 — 가야 한다는 — 결정을 — 끝없이 — 새로 — 하는 — 한 가지의 — 자세였다.

이 자세를 — 김현화는 — 회사 안에서 — 6개월 전부터 — 이미 — 가지고 있었다.

내가 — 그 자세를 — 회사 안에서 — 처음으로 — 정직하게 — 인정한 자리가, 그 12월의 — 새 사옥의 — 빈 회의실에서, 김현화의 — 한 마디 옆에 — 같이 — 앉아 본 — 그 짧은 자리였다.


2017.12.[XX] / 23:30 / 새 사옥 — 그러나 떠나기 전에

회의실의 그 짧은 자리를 마치고, 나는 — 마지막으로 — 새 사옥의 한쪽 창문을 — 열어 봤다.

창문 너머에 — 판교의 — 어느 한 가닥의 — 도시의 — 불빛들이 — 보였다.

판교의 불빛은 — 학교의 불빛과 — 다른 결의 불빛이었다.

학교의 불빛은 — 새벽의, 한 사람의 책상에서 — 자기 자신을 만류하는 사람의 — 한 가지의 — 노란 불빛이었다.

판교의 불빛은 — 50명의, 100명의, 200명의 — 어른의 자리에서 — 자기 책임을 받아 가는 사람들의 — 한 가지의 — 흰 불빛이었다.

이 두 불빛 사이의 — 어느 자리에, 회사가 — 그 12월의 그 밤에 — 들어가 있었다.

창문을 한참 동안 닫지 않았다. 닫지 않은 창문 너머의 판교의 흰 불빛이, 그 시점의 회사의 — 다음 한 시즌의 — 한 가지의 — 정확한 — 색깔이었다.


— Episode 8. 끝

— 챕터 2 「시리즈 A」 끝

— Season 2 종료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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