Ch.02 · Ep.06

시리즈 A 클로징

Part 1 · Ch.02 시리즈 A

시리즈 A 클로징

텀시트 한 장은 — 회사가 살아남았다는 증명이 아니라, 회사가 더 깊은 자리에서 — 더 어른의 — 약속을 — 한 번 — 새로 — 받아드는 — 종이 한 장이다.

2017.02.[XX] / 11:00 / 강남 어느 외국계 VC 사무실

미팅 자리에 — 두 사람이 앉았다.

회사 쪽: 류성태, 김현화.
외국계 VC 쪽: 한국 사무소 대표 한 분과, 한국 사무소 시니어 어소시에이트 한 분.

이 미팅은 — 김현화가 — 다섯 달 전 — 어느 끝에도 속하지 않는 자본을 찾아야 합니다 라고 — 회사 회의실에서 한 마디 한 — 그 자리의 — 다섯 달 만의 — 클로징 미팅이었다.

그 다섯 달 동안, 우리는 — 그 외국계 VC 한 곳과만 — 미팅을 — 다섯 번 — 했다. 다섯 번 모두, 어느 끝에도 속하지 않는다 는 한국 자본 시장의 — 한 가지 — 어려운 — 자세를, 그 VC 가 — 자기 안에서 — 한 번 더 — 다듬어 가는 — 시간이었다.

다섯 번째 미팅이 — 그 자리의 클로징 미팅이었다.

"…류 대표님."

"…네."

"…저희가 — 이 라운드 — 들어갈 — 텀시트를 — 가지고 왔습니다."

한국 사무소 대표 분이 — 종이 한 장을 — 책상 위로 — 천천히 — 밀어 주셨다.

"…한 번 — 보시지요."

지분 ##%. 평가 가치 — N사 라운드의 — 약 ## 배. 우리에게 — 시리즈 A 의 — 첫 종이.

김현화가 — 그 종이를 — 한참 — 들여다봤다. 그러더니 — 한 마디를 했다.

"…한국 사무소 대표님."

"…네."

"…한 가지만 — 여쭤보겠습니다. 어느 끝에도 속하지 않는다 는 — 그 자세를, 댁의 펀드는 — 한국 시장에서 — 어느 정도 — 견디실 수 있으십니까."

대표 분이 — 한 번 미소를 지으셨다.

"…저희가 — 한국에 — 들어온 지 — 3년이 됐습니다. 3년 동안 — 한국 자본 시장의 — 두 끝 사이에서 — 어느 끝에도 줄을 — 정확히 — 정하지 않은 — 자세를 — 가져 왔습니다. 그것이 — 저희의 — 한국 시장에서의 — 한 가지 — 정체성입니다."

"…그 정체성을 — 5년 — 더 — 가져가실 수 있으십니까."

"…그것은 — 저희가 — 보장할 수 있는 종류의 답이 아닙니다. 다만 — 가져가려고 — 노력하는 것이 — 저희의 — 한 가지 자세입니다."

김현화가 — 한 번 — 짧게 — 끄덕였다.

이 미팅의 가장 무거운 한 마디는 — 텀시트의 어느 숫자 한 줄이 아니라, 김현화가 한 5년 더 가져가실 수 있느냐 의 한 마디와, 대표 분이 한 가져가려고 노력하는 것이 우리의 자세입니다 의 한 마디였다.

이 두 마디 사이의 — 어른의 — 한 가지 — 약속이, 그 후 5년 — 우리 회사의 — 라운드의 — 어느 자리에서, 그 펀드를 — 우리 옆자리에 — 계속 — 앉혀 두게 된다.


미팅이 끝나고, 회사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, 김현화가 — 텀시트를 — 다시 — 한 번 — 들여다봤다.

"…대표님."

"…네."

"…이 — 평가 가치, N사 라운드의 — 약 ## 배 인데, 솔직히 말씀드리면 — 저희가 — 시장에서 — 그만큼 인 회사가 — 아직 아닙니다."

"…그러게요."

"…그런데 — 이 펀드는, 그만큼이 될 수도 있다 고 — 우리에게 — 한 줄을 — 적어 주신 거고요."

"…그러게요."

"…이 — 될 수도 있다 의 한 줄에, 우리가 — 어떻게 — 답해야 할까요."

나는 — 잠시 — 답을 골랐다.

"…될 수도 있다 의 한 줄에 — 답하는 가장 정직한 방식은 — 우리가 — 그만큼이 되는 것 이 아니라, 그만큼이 되어 가는 자세를 — 한 번도 — 잃지 않는 것 — 같아요."

김현화가 — 한 번 끄덕였다.

이 한 마디가 — 그 후 9년 — 우리 두 사람이 — 회사 안에서 — 모든 평가 가치 앞에서 — 한 번도 — 흔들리지 않게 한 — 한 가지의 — 자세였다.

평가 가치는 — 그만큼 짜리 회사라는 — 표시가 아니다. 그만큼이 — 되어 가는 회사라는 — 한 가지의 — 약속의 — 표시.

이 한 줄을, 회사 안의 어느 사람도 — 그 9년 동안 — 잊은 적이 없었다.


2017.03.[XX] / 14:00 / 학교 인근 작은 오피스

3월 — 클로징.

서류를 — 사인했다.

이번에는 — 회사의 도장이 — 4년 전 — 동네 철물점에서 — 만 원도 안 주고 새긴 — 그 구름 두 글자의 — 같은 도장이었다.

그 도장이, 시리즈 A 의 — 첫 종이 위에 — 한 번 — 찍혔다.

찍히는 순간, 나는 — 4년 전 — 법무사 사무실에서, 같은 도장이 — 등기 서류 위에 — 처음 찍히던 — 그 짧은 소리가 — 다시 — 그 자리에서 — 떠올랐다.

같은 도장이었다. 다만 — 종이가 — 달랐다. 4년 전의 종이는 — 회사의 — 첫 한 줄 — 인 법인의 등기 서류였다. 4년 뒤의 종이는 — 회사의 — 두 번째 한 줄 — 인 시리즈 A 텀시트 서류였다.

같은 도장이 — 두 종이에 찍힌다는 것은 — 회사가 — 같은 사람의 — 같은 결정의 — 다른 단계를 — 한 번 더 — 통과했다는 — 한 가지의 — 정직한 — 증명이었다.

도장이 종이를 — 한 번 누른 다음, 그 도장을 — 한참을 — 책상 위에 — 다시 올려놓지 않고 — 손에 들고 있었다.

들고 있는 동안, 자기 자신에게 — 한 가지를 — 한 번 — 다시 — 약속했다.

이 같은 도장을, 그 다음 어느 종이 위에 — 한 번 더 — 찍어야 할 — 시점이 — 오게 된다면, 그 종이가 — 어떤 종류의 종이여야 할지를, 그 자리에서 — 한 번 — 미리 — 정직하게 — 자기 안에 — 자리 잡게 했다.

이 약속이 — 그 후 8년 9개월 뒤, 2025년 12월 18일의 — EXIT 의 종이 위에, 같은 도장이 — 한 번 더 — 찍히는 — 그 자리에서, 한 가지의 — 다른 — 무게로 — 다시 — 떠오르게 된다.


2017.03.[XX] / 17:00 / 학교 인근 작은 오피스

클로징 그 오후, 김현화가 — 회사 통장 잔고를 — 한 번 — 들여다봤다.

시리즈 A 자금이 — 입금되기 — 직전이었다.

잔고는 — 2개월 월급치 — 정도였다.

"…대표님."

"…네."

"…저 — 한 가지 — 알겠어요."

"…뭘."

"…우리가 — 시리즈 A 의 자금을 — 다음 주에 — 받지 않았다면, 회사는 — 6주 안에 — 망할 회사였습니다."

"…그러게."

"…6주 안에 망할 회사를, 우리는 — 그만큼이 되어 가는 회사라고 — 자기 자신에게 — 약속한 — 한 줄로 — 견뎌 왔던 거예요."

김현화의 이 한 마디가, 그 자리에서 — 나에게 — 한 가지를 — 새로 — 가르쳐 줬다.

회사를 살리는 한 가지는 — 회사 통장의 잔고가 아니라, 회사 안에서 — 우리가 그만큼이 되어 가고 있다 는 약속을 — 한 번도 — 잃지 않은 — 사람들의 — 한 가지의 — 자세였다.

이 자세가 흔들리지 않으면 — 통장이 비어도 — 회사는 — 살아남는다.
이 자세가 흔들리면 — 통장이 가득 차도 — 회사는 — 어느 시점엔가 — 비어 간다.

이 한 가지의 — 자본 시장의 — 가장 깊은 — 한 줄을, 김현화는 — 그 자리에서 — 한 마디로 — 나에게 — 가르쳐 줬다.


2017.03.[XX] / 21:00 / 산학협력관 — 그러나 안 들어갈

클로징 그날 밤, 나는 — 회사 인근의 작은 오피스를 — 잠시 — 닫고 — 산학협력관 쪽으로 — 한 번 — 걸어갔다.

산학협력관 201호의 — 문은, 4년 전 우리가 떠난 그날 이후 — 다른 회사가 — 들어와 있었다.

그 호실 문 앞에, 나는 — 한참을 — 서 있었다.

들어가지 않았다.

들어가지 않은 채로 — 한 가지를, 자기 안에서 — 다시 — 정리해 봤다.

4년 전의 그 빈 호실에서 — 5,000만원의 자본금으로 — 한 사람이 — 한 회사를 — 시작했다.
4년 뒤, 그 같은 사람이 — 시리즈 A 의 — 그 도장을 한 번 찍은 — 회사의 대표가 됐다.

그 사이 — 무엇이 변했는지를, 그 호실 문 앞에서 — 한 번 — 정직하게 — 정리해 봤다.

변한 것: 잔고, 책상의 수, 사람의 수, 평가 가치, 도장이 찍힌 종이.

변하지 않은 것: 도장.

도장은 — 같은 도장이었다.

도장이 같다는 것이, 4년 동안 회사가 — 어느 한 가지의 — 자기 정체성을 — 잃지 않았다는, 가장 정직한 — 한 가지의 — 증명이었다.

도장은 — 회사의 — 한 가지의 — 영혼이었다. 영혼이 같으면, 회사가 — 어느 시점엔가 — 어떤 종이 위에 — 어떤 무게로 — 자기 도장을 찍게 되더라도, 그 회사는 — 같은 회사로 — 남는다.

이 한 가지를, 그 산학협력관 201호의 문 앞에서, 4년 만에, 자기 자신에게 — 한 번 — 새로 — 약속했다.


— Episode 6. 끝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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