Ch.02 · Ep.04

다섯 번째 거절

Part 1 · Ch.02 시리즈 A

다섯 번째 거절

거절을 — 다섯 번 받은 사람만이 — 자기가 정확히 — 누구에게 — 거절당하지 않을 사람인지를 — 알게 된다.

2016.06.[XX] / 15:30 / 강남 또 다른 VC 사무실

다섯 번째 거절은 — 다른 종류였다.

회의실. 길쭉한 책상. 책상 너머에 — 파트너 한 분과 심사역 한 분.

발표 15분. 22번째 슬라이드 — 다시 갱신. 다섯 명에서 열세 명이 됐다고. 김현화·이태성·한민웅의 합류 한 줄을 — 새 라인으로 — 추가했다.

질의 응답 — 약 30분.

심사역 한 분이 — 내가 한 어떤 답에 대해 — 다른 어떤 질문을 한 — 그 다음 자리에서, 파트너가 잠시 그 둘 사이를 끊었다.

"…심사역. 잠깐."

"…네."

"…류 대표님 — 솔직히 말씀드려도 됩니까?"

나는 한 번 끄덕였다.

"…네. 솔직히 말씀해 주세요."

"…저희가 — 이 건은 — 패스하겠습니다."

지금까지의 거절과 — 같은 한 마디.

그러나 — 그 한 마디 다음에, 그 파트너가 — 한 마디를 더 — 보탰다.

이 한 마디가, 그 후 1년 동안 우리에게 — 다른 모든 거절보다 — 더 깊이 — 박혔다.

"…그런데 — 류 대표님 — 한 마디만 더."

"…네."

"…저희가 — 댁의 회사를 — 이 시점에 — 못 받는 — 진짜 이유를 — 한 가지만 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."

회의실에 — 잠시 — 정적이 흘렀다.

다른 어떤 자리에서도 — 한국 자본은 — 거절의 이유 를 — 우리에게 — 한 번도 — 알려 주지 않았다.

그 자리에서 — 그 한 분이 — 처음으로, 거절의 이유 를 — 우리에게 — 한 마디 — 보태려 하고 있었다.

"…네."

"…N사가 — 댁의 회사에 — 이미 — 한 라운드를 — 들어와 있습니다."

"…네."

"…N사 라는 회사가 — 어느 라운드의 — 어느 회사의 — 어느 위치에 — 한 번 들어가면, 그 다음 라운드에서는 — 우리 가 들어가기가 — 한국 자본 시장의 어느 결을 따라 — 어렵습니다."

나는 — 잠시 — 답을 못 했다.

"…그게 — 어떤 의미인가요."

"…N사가 — 한국 자본의 — 어느 결의 — 한 쪽 끝에 — 자기 자리를 — 가지고 있다는 — 의미입니다."

"…한 쪽 끝."

"…네. 그리고 — 다른 한 쪽 끝에 — 자기 자리를 가지고 있는 — 어떤 다른 회사들이 — 있습니다. 두 끝 사이는 — 보통 — 같은 라운드에 — 같이 들어가지 — 않습니다."

이 한 마디가 — 그 자리의 회의실에서 — 내가 처음으로 — 한국 자본 시장의 — 어느 의 — 한 가지 그림을 — 받아 든 — 첫 한 마디였다.


미팅이 끝나고 — 강남역까지 걸어 나오는 길에 — 석유남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.

"…형."

"…응."

"…그 — 한 쪽 끝 과 — 다른 한 쪽 끝 이 — 어떤 회사들이에요?"

나는 잠시 답을 골랐다.

"…한 쪽은 — N사. 다른 한 쪽은 — 그 — 카카오톡 만든 — 그 — K사."

석유남이 한 번 짧게 한숨을 쉬었다.

"…형."

"…응."

"…저 — 한 가지 — 알겠어요."

"…뭘."

"…우리는 — N사 가 — 한 번 — 우리에게 — 들어왔으니까. 앞으로 — K사 의 어느 자리와는 — 같은 자리에 — 같이 — 안 앉게 — 되는 회사가 됐어요."

"…그러게."

"…그 — 어느 결 이라는 게 — 그렇게 — 분명한 거예요?"

"…응. 분명한 거 같다."

석유남이 한 번 더 한숨을 쉬었다.

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— 그 6월의 강남역 횡단보도에서, 우리 두 사람이 — 그 을 — 처음으로 — 자기 안에 자리 잡게 한 그 자리가, 그 후 — 5년 뒤 — 우리에게 — K사가 인수 제안을 들고 오는 — 어느 1월의 어느 첫째 주에 — 어떤 종류의 — 다른 자리로 — 다시 — 돌아오게 된다.

5년 뒤의 그 자리를 — 그 6월의 횡단보도에서 — 우리는 한 번도 — 미리 — 떠올리지 못했다.

다만 — 그 6월의 그 한 마디가 — 5년 뒤의 그 1월에 — 우리에게 — 한국 자본 시장의 이 무엇인지를 — 다른 무게로 — 다시 가르치게 된다.


2016.07.[XX] / 22:00 / 학교 인근 작은 오피스

그 다섯 번째 거절 이후 — 한 달 동안, 우리는 — VC 미팅을 — 다섯 군데 더 — 잡았다.

다섯 군데 모두 — 같은 한 마디를 — 우리에게 줬다.

패스하겠습니다.

이번엔 — 어느 누구도 — 진짜 이유 는 — 보태 주지 않았다. 다섯 번째의 그 파트너 한 분이 — 우리에게 한 마디 보태 준 진짜 이유 가, 그 후의 모든 거절의 — 침묵 안에서 — 같은 한 가지의 로 — 계속 작동하고 있었다.

회사 통장은 — 그 7월의 끝에, N사 자금이 들어온 지 — 12개월. 잔고는 — 시리즈 A 클로징까지 — 약 4개월치만 — 남아 있었다.

4개월. 4개월 안에, 우리는 — N사 가 아닌 — 그러나 N사의 자리를 거부하지 않는 — 어느 자리의 어느 자본을 — 받아내야 했다.

그 자본이 — 어디에 있는지를, 그 시점의 우리는 — 한 번도 정확히 알지 못했다.

그날 밤, 김현화가 — 처음으로 — 내 책상 옆에 한 번 — 의자를 가져와 앉았다.

"…대표님."

"…네."

"…한 가지만 — 말씀드려도 될까요."

"…네."

"…N사 가 한 쪽 끝에 있고, K사 가 다른 한 쪽 끝에 있다고 — 어느 분이 그러셨다고요."

"…네."

"…그러면 — 두 끝 사이에 — 어느 끝에도 속하지 않는 — 어떤 자본이 — 있을 겁니다."

"…그게 — 누구일까요."

"…한국에는 — 별로 — 없습니다."

"…그러면 — 한국 밖에서 — 찾아야 한다는 의미인가요."

"…아닙니다. 한국 안에서 — 어느 끝에 속하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— 어떤 자본이 — 있을 겁니다. 한 쪽 끝에 — 속하는 줄을 — 아직 정확히 — 정하지 않은 자본."

이 한 마디가 — 김현화가 회사 안에서 — 처음으로 — 내가 못 가지고 있던 한 가지의 — 자본 시장의 지도 를 — 한 줄로 — 그려 준 — 첫 자리였다.

지도를 그려 본 적이 있는 사람과, 그려 본 적이 없는 사람의 — 회사 안에서의 — 자리는 — 다른 자리였다.

지도를 그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이 — 회사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 자체가, 그 7월 밤의 회사의 — 어느 한 가지 — 새로운 무게였다.


다음 미팅을, 김현화가 잡았다.

이번 미팅의 상대는 — 그 시점에 한국 시장에 막 들어와서 — 어느 끝에도 — 자기 줄을 정확히 정하지 않은 — 어느 외국계 VC 였다.

미팅 일정은 — 9월 둘째 주.

9월 둘째 주의 그 미팅 자리에서, 우리는 — 어쩌면 — 시리즈 A 의 첫 한 줄을, 다른 결로 — 다시 — 시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— 김현화가 한 번 — 자기 안에서 — 그려 줬다.

그러나 — 9월 둘째 주의 그 미팅 자리는, 그 다음 화의 자리였다.

이 화의 마지막 자리에서, 나는 — 다섯 번째 거절의 그 파트너 한 분이 우리에게 보태 준 그 한 마디를, 그날 밤 노트에 — 적어 두었다.

N사 가 한 쪽 끝. 다른 한 쪽 끝은 — 어느 시점엔가 — 우리와 다시 마주칠 자리.

이 한 줄이 — 5년 뒤, 그 다른 한 쪽 끝 이 — 우리에게 — 인수 제안을 들고 — 우리 회사의 회의실 문을 — 열고 들어오는 어느 1월의 어느 첫째 주에, 그 자리에서 — 다른 무게로 — 다시 떠오르게 된다.


— Episode 4. 끝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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